이재오가 대운하 때문에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일부는 참일 수 있는 명제이나,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이재오의 말마따나, 여기는 대운하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북한산 밑자락'이다.
일단 이방호 같은 사람이 강기갑에게 떨어진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친 박근혜 성향의 유권자들이 '될만한 후보(어쨌든 대선 후보 아니였던가)'인 문국현에게 표를 줬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이미 17대 총선에서 은평구 민심은 이재오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시 송미화 후보에게 2.1(2541표)%차의 신승을 했던 것이다.
특히 뉴타운 개발도 큰 이슈로 작용했던 듯 싶다.
사실 뉴타운 개발지구 주변의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뉴타운 개발로 이득을 보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아니라 건설회사나 대형마트 같은 곳이다.
은평구 주민들은 적어도 똥인지 된장인지를 구별할 줄 알았던 것이리라.
무엇보다, 이 지역 3선 의원 이재오가 꽤 큰 표차(10%가 넘었다)로 문국현에게 떨어진 제일 큰 이유는, 중앙정치에 골몰하다가 지역구를 소홀히 한 탓이다.
17대 국회 활동 기간 중에 이재오가 지역구를 위해 뭔가를 보여준 것이 있나?
내가 봤을 때는 없다.
같은 기간, 은평 갑의 이미경 의원 같은 경우는 은평구에 세무서를 유치하겠다, 공원이다 학교다 경전철이다 하는 식으로 지역 현안을 자기 의원 사무실 앞에다 내걸고는, 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이재오는 박근혜랑 싸우는 보도에서나 얼굴을 비췄지, 지역구에서는 그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이재오는 직접 얼굴을 들이밀기보다는 유세차량을 동원하는 등 고전적인 방법으로 유세를 했다.
이에 반해,
문국현은 유세차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발로만 뛰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은평구를 돌아다니며 눈도장을 찍었다고 하더라.
지역구 의원은 지하철 역 앞에서 악수 많이 하고 시장바닥 잘 돌아다니는 사람이 된다.
이재오는 초심을 잃었던 것이다.
중앙당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이나 위치가 은평구에서도 그대로 먹히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특히 은평 갑의 이미경이 의원 자리를 유지한 것을 보면, 은평 구민들은 대운하 같은 멀리 있는 의제가 아닌, 지역발전이라는 눈 앞의 것을 쫓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경 의원의 맞수였던 안병용은 한나라당 부대변인까지 지낸 사람이란 것을 생각해 보자.
특히 뉴타운 공사현장에 2MB가 친히 나타나 은평구의 한나라당 후보들을 지원사격 해 주었던 것까지 생각해보면, 은평구민들이 구시대적인 사고에 휩쓸려서, 그러니까 '대운하를 심판'하기 위해 문국현을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재오는 지역구에 소홀히 했으며, 은평 구민들은 이를 묵과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은 분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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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cript.
문국현은 이번에 공부를 좀 한 모양이다.
대운하를 저지하겠다는 택도 없는 주장은 사실 은평구민들에게 허무맹랑한 허언에 가깝지만, '의제선점'이란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꽤 효과적이었다.
이재오는 선거기간 내내 대운하는 은평구와 상관없다면서, 문국현의 논리에 말려들어 쩔쩔매는 한심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문국현이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postscript, 2nd.
어쨌든 나는 대운하에 반대했기 때문에 문국현을 찍었다. -_-;
...라는 건 10%고, 그냥 한나라당과 이재오가 싫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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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 2008/06/04 21:50 | PERMALINK | EDIT | REPLY |저는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금만 확인해보면 MB가 어떤사람인지, 그가 집권하면 어떻게 될지
뻔하게 보이는 것이지만,
암만 우둔한 사람이더라도 그가 사기건을 당한다면
물론 그 사람이 확인을 제대로 못해서 사기를 당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진정 잘못한 사람은 사기범죄의 우둔한 피해자일까요? 아니면 가해자일까요?
민주주의 제도 내에서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비단 투표 뿐만이 아닙니다.
그러한 이유로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구요.
.... 물론 MB 찍은 대다수의 국민들, 특히 20대들은 병진 맞습니다. 부정할 생각은 없네요 -ㅂ-
지나가는 시민이 글 남깁니다.
참고로 저는 MB 안찍었"읍"니다.
FROSTEYe / Kusakaze
| 2008/06/04 22:09 | PERMALINK | EDIT |안 찍으셨다니 이 시대의 몇 안되는 지성인이신 것 같습니다.
사기하니까, 박근혜가 나는 속았다고 한 게 떠올라서 쓴웃음이 나오는군요.
뭐 사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기치고는 많이 어설프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