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 대한 이런 온갖 의혹과 비리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의 지지율은 단연 1위이다.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었다. 혹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천민 자본주의의 온상이며, 그 더러운 얼굴의 현신이 이명박'이라는 명쾌한 논리를 펴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지금 대중들은 좀 더러워도 능력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대중들이 왜 그런 생각을 품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하나다. '미디어'다.
의제 설정(agenda-setting) 이론이라는 게 있다. 언론이 대중의 행동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생각의 방향은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제 설정 이론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사람 셋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속담이 된다. 한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지 않지만, 두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결국 믿게 된다. 동물원에서 탈출했겠지, 같은 자기합리화가 저절로 이뤄지면서, 그것이 사실인양 굳게 믿어버리는 것이다.

요즘은 연예인들 까지 난리다. 미국에서도 오바마 의원 지지연설을 오프라 윈프리가 하고 다닌다니 우리나라만 이상하다고 할 순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 정국과 이명박에 관한 숱한 보도들을 보면, 언론이 의제 설정을 이명박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중들은 이에 쉽게 세뇌당해 결국 이명박에게 '광적(狂的)' 지지를 보내고 있다(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면 그렇다).
이명박의 그 '능력'에 대한 비판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명박 괜찮을까'의 자료들은 대부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얻은 것들이라고 제작자는 밝히고 있다. 그럼 언론이 제 할 일을 다한 것 아닌가,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언론도 다 같은 언론은 아니고(미디어가 항상 바른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대표적), 보도 시기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이명박이 아직 이무기도 못되었던 시절, 그러니까 현대건설의 CEO를 그만두고 정치를 막 시작했던 시절에는 언론들이 이명박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명박의 도곡동 땅 의혹은 93년에도 있었는데, 지금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문제가 되었던 땅은 지금의 그 '땅'과 같은 곳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줄여서 민자당.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재산신고가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투기의혹이 있던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오갔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의원이었던 이명박은 여러 언론으로부터 '130억대의 투기꾼'이라면서 얻어맞았다. 이밖에도 '전과 14범 대통령 후보'라는 오명에 걸맞게, 이명박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일으킬 때마다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러던 것이 이명박이 서울 시장에 당선되고, 대권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언론들의 태도도 서서히 바뀌게 된다. 서울 시장 재직 당시에도 숱한 구설수가 있었지만, 이런 의혹을 파헤치려는 언론은 적었고, 조선 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아예 외면해 버리기 일쑤였다. 언론들은 박근혜와의 본격적인 대결 정국이 시작되자 이명박의 허물은 덮고, 박근혜와의 대결구도 자체에만 메달렸다. '예비 대통령'을 뽑는 것 마냥 지나치게 과장된 기사들이 넘쳐났다. 이명박의 치적인, 콘크리트 하천 '청계천'은 심심하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결국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이 사람도 대표적인 이미지 정치가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 이외에 어떤 정치적인 자원이 있는가?
그리고 미디어들의 이런 행태는, BBK로 오면서 절정을 맞게 된다. 부정적인 것은 알아서 걸러내고(filtering), 사실을 애매모호하게 무마하려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대단히 노골적이었다. 게다가 국내 포털 사이트 중 제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네이버 같은 경우, 자신들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명박에게 불리한 기사는 자체적으로 보기 불편한 위치에 배치하고 있었다. 이제 검찰 수사 결과가 이명박 무혐의로 나자, 몇몇 언론에서는 '대세론'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심스런 사실도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그렇다고 하면 결국 그런가보다 하면서 믿게 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결국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한 꼴이 되었지만,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 또한 대중에 속해있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동에 쉽게 현혹되고 이성에는 멀고 감성에는 가깝다. 사실 어느나라나 비슷하지만, 소수의 엘리트나 식자들이 대중을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언론은 그런 '지도 계층'의 충실한 종 노릇을 한다. 대중이 제대로 깨어있지 못하면 이런 현상은 더더욱 심해지며, 결국 대중들은 언론의 몰이에 따라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착한 양떼가 된다.
이제 대선이 내일인데,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만약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리 사회의 저열한 수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무척 괴로운 순간이 될 것이다.